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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이야기

[일상 이야기] 새로운 공동체 개소식(?) 문턱에서

by 미키씨 2022. 3. 23.

주례 없는 결혼식, 형식 없는 스몰 웨딩 요즘 많이들 하죠. 어쨌든 일단 우리 커플은 그런 최신 트렌드(?)와는 거리가 먼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양식도 아니고 전통식도 아니고 적당히~ 짬짜면 늬낌으로 '한국식' 으로 만들어진 결혼식이죠. 그런 의식을 앞두고, 또 실질적으로 동거를 시작하게 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오래 전부터 스스로 알고 있었지만 저는 규격에 맞춰 사는 걸 그렇게 싫어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너무 지나친 허례허식만 아니라면, 어떤 '의식 ritual, ceremony' 이 생겨난 데에는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배경이 어느 정도는 있는 법이라고 믿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폐백 상에 올라가는 음식들마다 담겨 있다는 의미라든지 효험 같은 건 믿지 않지만, '폐백' 이라는 이벤트 자체가 가진 의미나 효과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체감하는 것이라 딱 집어 말로 표현하기는 힘듭니다만, 대충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 같은 거 아닐까요? ㅎㅎ 생각해보면, 우리들은 그런 00 오픈 기념 행사, 식사 같은 건 쉽게 가면서 왜 가족들과의 행사는 규율이고 적폐라고 생각할까요? 아, 물론 그걸 준비하는 데에 비용도 많이 들고 준비 노동이 공평하게 배분되기도 힘든 데다 주로 그런 행사를 누군가가 타의로 "강제" 하거나, 하지 않으면 비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은 문제가 됩니다만, 자발적으로 하겠다고 하면 그건 그거 나름대로 존중 받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여튼, 그래서 이 행사 자체의 의미에 대해서도 오래 곱씹어 본 결과를 좀 빗대서 생각해보자면 결론적으로는 '일부일부제 공동체 개소/입소식' 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 동안은 어찌 보면 일부일처(부)제와 그로부터 기인하는 재생산 체계에 기여도 기대도 하지 않고 번외 구성원처럼 살아 왔다면, 이제 이 두 사람은 그 의무를 지기 위해 소규모 공동체를 만들겠다/그러니까 여러 사람이 증인이 좀 돼라/이 의식으로 증명하겠다 그런 느낌이랄까요.

 

'증명'... 결혼 준비를 위해 가전 구매 및 전세금 대출 등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모든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그 의지와 선언, 관계의 실재에 대한 증명과 재 확언을 요구받았습니다. 그런데 매번 모든 사회적인 절차에 있어서 '그게 사실이냐? 너네 일부일부제의 구성원 맞음?' 을 증명하기를 요구하는 건 사회적인 비용도 높고 하니까 - 결혼식이라는 의식은 그런 증명으로서 기능하지 않는가 말입니다. 결혼식에 초대되는 많은 증인들과 사진들은, 말하자면 그 증명의 살아있는 실재이자 확산인 거고, 그래서 비용을 들여 이런 의식을 치르는 거고요. 물론 제도상으로 혼인신고 할 때의 배경자료 기능도 합니다만... 

 

그리고 요즘은 많이 보편화 되었듯이 우리 커플도 결혼식 한달 여를 앞두고 사실상의 동거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혼자 살 때도 '생활' 을 영위하는 것이 많은 노동력이 들고 근면함을 요구한다는 걸 느꼈었지만, 2인 이상이 사는 가정은 확실히 [자취의 삶의 무게x2] 이상의 무게가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실은, 자연 속에서 수렵생활을 하고 살 게 아니라면, 정착생활은 생활의 매 순간이 결국 '집안일' 이라는 노동필요적 부산물과 '가계지출'을 낳는 행위가 됩니다. 그게 두 사람이 되면 따로 영위하는 생활에 플러스로 함께 영위하는 생활이 생겨나기 때문에 두 배 이상이 되는 거구요.

 

그래서 매 초 생겨나는 이 집안일과 가계지출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이냐... 그에 대한 태도가 가정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거 같습니다. 그게 막 엄청 이상하게 느껴지지는 않아요. 회사도 끊임 없이 부가가치를 생산해내야 그에 대해 대가를 지급 받듯이, 가정이 유지가 되려면 이 과제를 연속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하는 거죠. 누군가 한 사람이 적성이나 환경이 맞아서 어느 한 가지에 대해서 부담을 조금 더 많이 질 수는 있겠지만, 그게 '심히 공평하지 않다' 는 느낌이 들면 인간적으로 정말 억울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면 누구 한 사람 좋자고 만든 공동체가 아니니까요(그럼 종속관계라고 하지 왜 공동체라고 할까요).

 

그래서 주장하건대, 부부가 된다는 건 각자 개인의 삶의 목표 중에 이제는 '공동의 행복, 공동의 번영'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고 또 그 우선 순위가 아주 높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봅니다.

 

공동의 행복, 공동의 번영이 무엇일까에 대해서는 특별히 답이 없으니 계속해서 탐구해나가고 고민해야 하겠죠. 그리고 나이가 듦에 따라서 그 구체적인 요소나 방향성이 달라질 수도 있겠구요. 어쨌든 서로가 행복한 상태인지, 가정이 번영하고 있는 상태인지 끊임 없이 체크가 되었으면 하고, 잘못이 있다면 되돌릴 수 없어지기 전에 빠르게 고쳐나가기로 약속하는 게 어떤가 합니다. 그리고 그 잘못에 크게 연연하기 보다는 그로부터 어떤 점을 배우고 반성해서 더 잘해나갈 수 있을지 서로 배우고 이끌어주고 다독여주면 좋겠습니다.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잘 해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냥 다 잘 될 수는 없겠죠. 누구나 그렇듯이 저도 이번 생은 처음이라.ㅎㅎ 그래도, 항상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은 변치 않을 겁니다. 우리 좋자고 하는 거니까요.

 

그런 마음으로, 개소! 신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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