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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이야기

[일상 이야기] 하기 싫고, 보기 싫은 것과 마주하는 힘

by 미키씨 2022. 6. 2.
한 회사 다닌지 2900일 되는 기념으로 지난 회사 생활 회고를 해보았습니다.

오를 계단이 너무 많습니다. 그렇다고 안 오를 건 아니면, 계속 해야죠. Unsplash @ Vidar Nordli-Mathisen

정신 차려 보니 이 회사를 다닌지 만으로 8년이 되었습니다. (정확히 그 기념일은 3주 정도 남았습니다만)

현재 일하는 업계에서는 꽤 드문 일로 알려져 있는데, 막상 또 엄청 그렇지는 않을 수도 있겠네요. 예를 들어 2011년 기준 제일기획의 평균 근속연수는 6~7년이었답니다. 지금은 더 줄어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잡코리아 기준 2022년 평균 여성 사원 근속연수는 8년으로 되어 있네요. 실질적인 광고회사 평균 근속연수는 장담하건대 그것보다는 적을테지만... (체감상 한 회사 당 4~5년이 아닐지? 끝까지 남아 있는 임원들 근속연수가 훨씬 긴 탓도 있을 거고요)

 

한 회사에 눌러 앉아 있는 것이 외국계 회사 채용 면접 시에나, 전문 헤드헌터들에게는 감점 요소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들 하더군요. 5년차가 넘어가면서는 스스로도 부분들이 좀 더 체감이 되기 시작했는데('정체되어 있는 게 아닌가?'), 본격적으로 대리 달고 일이 많아지면서 그런 고민을 할 시간도 없어졌습니다. -.-;; 그러다 보니까 8년을 채운 거고요. 

 

근데 그래서 지금 후회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이 업종에서 A to Z를 다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근무해 왔기도 하고, 제일 큰 소득은 바로 제목에도 쓴 - 하기 싫고, 보기 싫은 것과 마주하는 힘을 기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 부당한 일, 하기 싫은 일, 보기 싫은 것을 참는 것이 마냥 미덕은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엄청 많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도망치는 것은 자리에 남아 있는 것 보다는 언제나 훨씬 쉬우니까요. 도망쳐서 더 좋은 곳으로 갈 수도 있겠고, 참느라고 마음과 몸의 병이 생기는 사람도 부지기수니까 마냥 미덕은 아니라고 한 것이지만, 남아 있는 사람에게도 주어지는 것은 분명히 있습니다. 특히나 이 회사와 업종의 히스토리를 알고, 지나간 과거가 다시 반복될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는 점을 꼽고 싶어요. 그로부터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처하는 노하우도 자라나는 것 같구요. 

 

이 힘을 또 쓸 수 있는 곳들을 최근에 찾았습니다. 그 중 하나는 (경제의) 하락장을 버티는 것이죠. 모두가 비명을 지르고 계좌를 보지 않고 묻어두거나 재테크 판을 떠날 때, 그럴 때 가슴이 아프지만 계좌를 들여다 보면서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겠더라고요. 우리 일생에 이런 일이 단 한 번만 일어나지는 않을 테니까요. 나이가 더 들었을 때 아무 준비 없이 이런 일을 또 맞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그려보면 정말 끔찍하네요. 

 

또 하나는 결혼생활입니다. 사실 그냥 묻어두고 모른척 하면 좋을 일들이 분명히 존재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공동의 번영을 위해서는 힘들더라도 참고 오픈하고 수행해야 하는 일들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바퀴벌레 잡기나 화장실 청소, 벽장 정리, 나의 화장실 흔적 치우기 같은 것도 그런 일이겠죠 ㅋㅋ 아 정말 너무 하기 싫고 귀찮은데, 정리를 함으로써 더 공간이 생겨나고 있는 물건들을 더 잘 활용하게 됨으로써 새 물건을 사는 것 만큼이나 좋은 경제효과가 발생한다고 생각하면서.... 해야죠. 해 내야죠. 

 

 

영어로는 Keep your head down and just continue 라고 할 수 있는 이런 일들. 그저 굳세게 해 나가야 할 뿐입니다. 한번 더 신발끈을 질끈 묶어 봅니다. 이 회사를 계속 다니겠다는 것과 동치는 아니지만요, 어떤 일이 되었든 최선이 될 수 있는 선택을 하고 그 길을 끝까지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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