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에게 물어봅니다. 진짜 부자가 되고 싶은가?
단순히 월급쟁이 생활을 하는 것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 쯤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면 사실 뭘 해야 하는 걸까요? 행복한 가정? 사회에 공헌? 기부천사? 자아의 실현? 허허.
그걸 가르쳐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사람은 사실 부모... 라는 생각이 요즘 강하게 듭니다. 저는 월급쟁이 조부모님의 월급쟁이 첫째 아들과 첫째 딸의 첫째 자식으로 태어났습니다. 우리 부모님은 환갑이 넘은 지금까지도 월급쟁이를 못 벗어나고 계시죠. 증여해 줄 청약통장도 없고, 그나마 빚이나 안 물려 주시면 다행이랄까 그런 집이랍니다. 근데, 그걸 원망할 나이는 한참 지났기 때문에 이제와서 그걸 원망하고 한탄한다는 얘기는 아니고요. 요는, 월급쟁이가 아닌 삶을 가르쳐 줄 사람이 가장 가까운 제 부모는 결단코 아니며 심지어 제 대 가족 안에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겁니다. 그것이 진짜 개탄할 일이죠.
어쨌든 부모님이 월급쟁이를 그만두지 않았으니 그 자식인 제가 그 이상의 삶을 꿈꿀 수 있는 것 아니겠냐? 고 하면 그것도 맞는 말입니다만, 그래도 그렇다 하면 좀 더 확장된 가족 안에서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하나라도 있어야 어디 물어보기라도 하지 않겠냐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정말 눈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_-;;
잠깐 다른 얘기로, 며칠 전에 남편과 산책을 하다가 길가에서 문화류씨xx파종친회사무실 이라는 간판을 봤습니다. 조금은 부럽더라고요, 저 지파의 누군가는 어느 정도 부를 일궈서 건물을 갖고 계시니 저런 사무실도 있는 걸테니까요. 제가 속해있는 xx공파 지파에는 그런 사무실도 없거니와 누가 종친회에서 연락이 온 적도 없습니다. 예~전에 연락이 왔는데 연락을 끊으셨다고도 하는 것 같았네요. 우리집이 종가집이었다면, 뭔가 다른 상황이 펼쳐졌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가난의 대물림을 끊으려고 부단히도 노력해 왔다고 생각했어요. 항상 내일은 오늘보다는 나아야 한다고 생각해 왔고, 실천하면서 살아 왔습니다. 그래서 좀 벗어 나기는 했는데, 그 이상의 궤도에 오르는 건 정말 요원해 보였거든요. 곧 서른 다섯이 되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구요. "다른 삶"의 방식을 배워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부자 친척이 없으면, 내가 누군가 다른 이에게 배워서 그런 사람이라도 되어야지 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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