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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이야기

[일상 이야기] 공유 킥보드 타다가 넘어져 쇄골 골절 사고 후기 3 - 수술부터 일상 복귀까지

by 미키씨 2022. 12. 20.

쇄골 골절 사고 후기 3편입니다. 오늘은 좀 더 자세한 투병기(?)와 부상으로부터 약 3개월이 지난 오늘까지의 회복 양상을 한 번 얘기해볼게요.

 

골절 사고 내용에 대해선 지난 글인 1,2 편을 참고해 주세요.

 

https://mikiadd.tistory.com/29

 

[일상 이야기] 공유 킥보드 타다가 넘어져 쇄골 골절 사고 후기 1 - 사고 개요

한동안 블로그에 격조했는데 나름의 강력한!! 핑계가 있습니다. 오늘로부터 약 3개월 전, 저는 전동 킥보드 사고로 우측 쇄골이 골절되어 근 2개월간의 치료 후에 아직 회복 중입니다. 병실에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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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ikiadd.tistory.com/30 

 

[일상 이야기] 공유 킥보드 타다가 넘어져 쇄골 골절 사고 후기 2 - 쇄골이 부러지면 일어나는 일

쇄골 골절 사고 후기 2편입니다. 요즘은 글 한 편을 길게 쓰는 것보다 나누어 쓰는 게 좀 더 읽기도 편하고 호흡도 편한 것 같더라고요. 오늘은 정말 아주 구체적으로 쇄골 골절에 대해 얘기해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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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에 대해서

저의 경우 어깨 꼭지점 포인트에 좀 더 가깝게 부러지는 골절이었고, 완전히 절단이 되었기 때문에 수술이 불가피했습니다. 정확한 진단명은 '우쇄골 골절 및 오혜쇄골 인대파열' 이라는 살벌한 이름이었네요.

 

어렸을 때 쇄골 다친 경험이 있는 지인들이 알고보니 여럿 있었는데, 그 중에도 수술을 했다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특히 대부분 한창 뼈가 자라는 시기에 부상을 입었다 보니 저보다는 부상의 정도도 덜하고 회복도 빨랐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30대 중반 직장인에게 어디든 골절 게다가 수술이란 혹독한 시련임에는 분명합니다.ㅋㅋ

 

저의 어깨에는 나사만을 이용한 고정술이 진행되었는데요. 골편(뼈 조각) 두 개를 X자모양의 나사 관통을 통해 고정시키는 수술이었습니다. 긴 쪽의 나사는 제가 재 보기로는 거의 9~10cm에 달하는 길이인데, 이 나사는 날개뼈 꼭지점 위치부터 쇄골을 관통하여 삽입되어 있습니다. 짧은 쪽의 나사는 가위의 고정부 모양처럼 골절된 부위에 약간 사선으로 삽입되었구요. 보통 '쇄골 수술' 검색하면 나오는 이미지처럼 진행되는 '금속판 고정술' 과는 좀 다른 형태였습니다. 아마도, 수술 후 흉터 문제도 있고 금속판을 박아야 하는 부위가 너무 넓어서 이런 형태로 진행해 주신 것 같습니다. 

 

수술은 전신마취로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되었는데, 수술 하는 동안 뼈를 붙일 모양대로 누르고 있어야 해서 제 어깨를 눌러 주신 분이 꽤나 고생을 하셨습니다(...). 아무래도 신경이 많이 지나가는 관절 부위 수술이라 전신마취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수술 직후 절개한 부위는 스테플러로 마무리를 해 주셨고 총 3군데를 절개했다 봉합했구요. 나와서 엑스레이 찍고 바로 병실로 옮겨져 항셍제, 포도당 및 무통주사를 혈관투여 받았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5Gcka3piYLw

무통주사로 많이 알려진 장치가 정식 이름은 '정맥 자가통증조절장치' 라고 합니다. 역시나 이번에도 별로 알고 싶지 않았습니다.ㅠㅠ

 

무통주사를 출산도 아니고 이렇게 맞게 될 줄은 몰랐는데요. 무통주사가 있어도 아픔이 심각할 정도였으니 정말 아픈 수술이었던 거 같습니다. 무통주사는 위 영상과 같이 생긴 이미지로 링겔대에 같이 달려 나오는데요. 대략 3~10초에 한번씩 진통제를 펌프해 주는 장치입니다. 그리고 아래에 복권 추첨기(...) 같이 생긴 트리거가 있어, 환자가 아픔이 심한 경우 추가로 진통제를 펌프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요. 근데 하필이면 링겔에 달려 있는 트리거....... 누를 수 있는 것은 오직 왼손 뿐... 누워 있다가 트리거를 침대 옆으로 놓치거나 하면 영락없이 추가로 트리거를 누를 수가 없는 게 너무 서글펐습니다.ㅋㅋ

 

수술하고 주차별 치료 경과

1~2주차의 자화상... 근데 조정치씨는 옆으로 누웠네요. 전 옆으로 눕기도 불가.

[1~2주차]

일단 수술을 받은 주를 포함해서 그 다음주 중순까지는 누가 일으켜 줘도 쉽사리 일어날 수가 없는 상태에 빠져 있었습니다. 한 2일은 금식을 했고, 3일차 될 때부터 천천히 미음을 먹기 시작했는데, 이 때 침대 밥상에 앉기 위해 몸을 일으켜 앉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어요. 슬링 고정대를 차고 있었기 때문에 오른팔은 아예 움직이지 않는 상태로 고정되어 있었고, 식사는 대부분 왼손으로 해야 했는데.... 문제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는 것 자체도 아파서 숟가락을 고개로 가져가는 것 조차 힘들었습니다. 이렇게 쓰고 나니 정말 죽을 병 환자 같았습니다만은 실제로 그랬습니다. -_-;; 2주까지는 화장실 가는 것도 고통이었고요(앉았다 일어나야 하니), 머리 감기나 샤워 같은 건 꿈도 못 꿨습니다. 통증 때문에 잠은 자다 깨다를 반복했습니다.

 

그런데 이 때부터 정말 신기했던 것이, 매일매일 정말 쥐꼬리만큼 좋아집니다. 1주차까지야 통증이 심했으니까 제외하고, 매일 깊은 잠에 드는 시간이 아주 조금씩 늘어났고요. 2주차 말쯤 되니 오른손으로 잠깐 휴대폰 버튼을 누르는 정도는 할 수 있게 되더군요. 그래도 여전히 어깨 위쪽은 아주 많이 부어 있었고, 열감이 심해서 수술부위와 뒤쪽에 얼음팩을 수시로 대고 있었습니다. 확실히 얼음팩을 대고 있을 때 통증이 덜하니까 너무 아프고 뜨겁다 싶으면 얼음팩을 적극 써야합니다.

 

이 시기 거의 와식 생활을 했고 2주차 말쯤 되어서는 왼손 쓰는 것에 매우 익숙해지게 됐습니다. 그리고 좀 많이 아프긴 하지만 통증을 참고 왼손을 누르면 침대에서 스스로 일어날 수 있을 정도가 됐습니다. 상태가 이러니 아이패드 이런 건 절대 무리였고 휴대폰으로 유튜브만 엄청 봤습니다.ㅋㅋ

 

너덜너덜해진 나의 둔부....... 흑흑

 

[3주차]

수술 직후부터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염증 수치와 간 수치 때문에 항생제와 진통제 주사를 삼시세끼 맞았는데요. 2주차에 들어서면서는 링겔로 주사 맞는 횟수가 점점 줄었습니다. 근데, 그래서 혈관주사를 맞지 않는 대신 엉덩이가 더욱 더 고통받았습니다. 그 전에도 엉덩이로 주사를 추가로 더 맞았지만 더욱 자주 맞았어요.

 

완전히 돌아 눕지를 못하니까 대부분의 피하 주사는 오른쪽 위 엉덩이가 하드캐리를 했습니다. 얼마나 많이 맞았냐면 나중에 퇴원하고 걸어다닐 때 엉덩이에 남은 굳은 근육이 두 달 가까이 느껴질 정도였어요. 이 때도 정말 서서히 낫고 있었기 때문에 3주차 중반쯤에는 다행히 왼쪽 엉덩이도 들 수 있을 정도는 됐습니다. 그게 아니었다면 오른쪽 엉덩이가 영영 짝궁둥이가 되는 건 아니었을까... (농담)

 

TV를 보기 위해 약간 몸을 일으킬 수 있게 됐습니다. 팔자붕대로 장비가 바뀐 이후부터는 일어나서 앉아 있으면 그나마 통증이 좀 덜했고, 오른팔은 굽힌 채로 쓸 수 없는 것은 여전했지만 조금씩 팔을 더 아래로 내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 깜빡한 얘기가 있는데 절개한 부위는 3주차까지도 거즈로 보호되어 있었기 때문에 역시나 머리감기나 샤워 이런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정말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어, 이 때 랩으로 어깨를 감고 샤워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어머니가 도와주셔서 드디어 머리를 감고 사람이 되었을 때의 기쁨이 잊혀지지 않습니다.(ㅋㅋ) 살짝 고개를 숙일 수 있게 되니 세면대에서 세수도 그럭저럭 할 수 있었습니다.

 

오른팔을 아예 쓸 수가 없으니 곤란했던 것 중의 하나는 머리를 묶을 수 없다는 겁니다. 하필이면 또 장발이어서, 오른손으로 웬만큼 고정을 시키지 않으면 전혀 머리 묶기가 불가했어요. 이 때 용기를 내서 머리 집게 아이템을 새롭게 시도해 보았는데 이것이 참 유용했습니다. 진작 쓸 걸, 인생 손해봤어...!! 

 

[4주차]

이 때 쯤에는 주사 맞는 횟수도 점차 줄어들고, 그럭저럭 가만히 있으면 참을 만한 고통 수준까지 되어 혼자 기상도 하고 식사도 하고 그럭저럭 씩씩하게 잘 지냈습니다. 몸을 조금씩 움직일 수 있게 되니 침대 시트가 계속 흘러내렸던 기억이 나네요.

 

이미 2주차 말쯤 나는 도저히 일찍 퇴원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 들이고 회사에 휴직계를 냈는데, 4주차가 되어서 그 판단이 맞았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결정적인 이유는 씻을 때 불편한 것과, 옷을 갈아입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그래도 드디어 팔을 굽혀서 가슴 정도 높이까지 손을 들어올릴 수 있었는데, 그래서 아 키보드 타이핑은 할 수 있구나 생각도 들었었거든요. 그러나 회사에 가기 위해 최소한 해야 하는 위의 두 가지를 하지 못하면 일은 할 수 있어서 무엇 하나 싶었습니다.+ 여전히 마우스 사용은 너무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마우스 커서 이동이 참 복합적인 운동이랍니다. ㅋㅋ

 

근데, 4주부터 놀라운 고통이 하나 추가 되는데 바로 허리입니다. 돌아 눕거나 자다가 뒤척일 수가 없으니 거의 정자세로 잠들고 생활한 지 1개월... 게다가 병원 침대 쿠션이 좋아봤자 얼마나 좋겠어요. 허리가 정말 박살이 납니다. 의사선생님께 허리가 아프다 했더니 물리치료와 진통제를 처방해 주셨는데... 그게 아니에요 선생님... 차라리 퇴원시켜 줘요...!!! 

 

6주만의 집 침대는 그야말로 구름이었습니다. (하지만... 아픈 구름...)

 

[5주차~1개월 반]

간절한 퇴원의 소원이 이뤄지고 드디어 도착한 집 침대는 구름 위와 같았습니다. 아마 스타벅스 의자에 앉혀 놔도 푹신하다고 했을 때예요.

 

그러나 그로 인해 좀 다른 유형의 챌린지가 추가 되는데 바로 푹신한 침대의 유동성입니다. 가만히 누워 있으면 움직일 일 없이 탄탄했던 병원침대에 비해 일반 침대는 조금만 움직여도 매트리스가 함께 받아주다 보니 어깨에 반동으로 충격이 옵니다.ㅠㅠ 그리고 누움에 따라서 부위가 들어가고 나가고 하니 계속 어깨에 자극이 오더라고요. 허리엔 좋았지만 어깨엔 아팠던 셈입니다. 팔자붕대를 계속 착용하고 자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듯 조그만 자극에도 민감했던 시기예요. 자동차를 타면 과속방지턱이 정말 아팠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어깨 통증이 줄어들고 나니, 그간 움직이지 못했던 팔 근육들이 일제히 함께 아파왔습니다. 거의 굳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조금만 움직이려 해도 따끔거리고 아팠고, 물리적으로 남편이 들어보려고 해도 들어지지가 않았어요. 그리고 수저를 들어보려고 하니 너무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그렇습니다. 근손실이었어요. 역시나 매일매일 조금씩 나아졌고 어제에 비해 내일이 조금이라도 수저를 드는 높이가 달라졌지만, 밥을 여전히 왼손으로만 먹어야 한다는 것은 고통스러웠습니다.

 

[1개월 반~2개월]

팔자붕대를 조금씩 풀고 생활했습니다. 팔자붕대를 너무 오래 하고 있다 보니 오른쪽 어깨 림프절에 순환이 잘 되지 않아, 오른팔이 심하게 붓고 겨드랑이에 극심한 고통이 있었거든요. 그런 생활에 적응해 나가면서 어깨뼈를 조금이나마 움직이려고 노력했습니다.

 

오른손으로 버튼 누르기 정도만 가능했던 것이 어느 덧 포크질까지는 되는 정도에 왔습니다. 포크가 있다면 나도 오른손으로 밥을 먹을 수 있어...! 는 포크로 찍어 먹는 것만 되었기 때문에(ㅋㅋ) 국수를 간절하게 먹고 싶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서 어느 날 작은 앞접시에 국수를 덜어 조심스럽게 왼손으로 입가에 가져다 댔는데, 고개를 깊이 숙이면 그 정도 높이에서 보조하는 역할까지는 오른손이 들어올려 지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유레카...!! 이제 사회로 복귀할 때가 온 것이에요.

 

[2개월~현재]

2개월차에 접어 들면서는 엑스레이에서 뼈 진액(골진)을 확인할 수 있었고, 드디어 팔자붕대 24시간 신세는 벗어났습니다. 조금씩 착용 시간을 줄이면서 어깨를 지탱할 수 있는 근육을 키우려고 노력했어요. 너무 어깨가 빠질 것 같을 땐 소파에서 쿠션을 덧대고 앉아 있었습니다.

 

2개월 말쯤 되었을 때는 보조를 받으면 옷을 쉽게 입고 벗거나, 가벼운 양치 정도는 할 수 있는 수준까지 되었고, 오래 타이핑을 해도 그럭저럭 버틸만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까지는 거의 비슷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네요.

 

팔자붕대를 처음 뺐을 때의 감정은 이러했는데요. 앤디 아저씨는 양팔 만세를 하고 있네요. 전 언제쯤 만세를 할 수 있게 될까요. 그래도 오른손으로 조금이나마 밥을 먹을 수 있게 된 지금, 행복합니다.

지금 상태는 어떤지

- 가동범위 (아무 것도 들지 않았을 때)

 정면 : 검지손가락을 눈썹 정도까지 올릴 수 있습니다. 컵을 들고 무언가 마시거나, 입까지 가벼운 젓가락질은 됩니다.

 측면(바깥쪽) : 오른손을 가슴 아래 높이 정도까지 펼 수 있습니다.

 측면(안쪽) : 왼팔을 늘어뜨렸을 때 왼손 팔꿈치 안쪽까지 손이 잘 닿지 않아요. (아슬아슬하게 중지가 닿는 정도)

 후면 : 여전히 가장 어렵습니다. 오른손으로 엉덩이를 만지기가 어렵습니다. 아마 나사를 빼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상의 가동 범위를 벗어나는 동작은 아예 할 수 없거나 심한 통증이 옵니다.

 

- 통증 정도

 날카로운 볼펜 같은 걸로 어깨를 꾸욱 눌리고 있는 기분은 항상 듭니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느껴지지는 않고요.

 자고 일어났을 때 통증이 가장 심해서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는데, 아주 천천히 근육을 마사지하면서 일어나야 합니다.

 그 외에 조금 무거운 것을 들거나, 어깨를 범위 밖으로 펴려고 하면 어깨에만 통증이 심하게 옵니다.

 이 외 팔 근육의 통증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어쩐지 분량조절 실패를 한 것 같은데, 투병 후기를 아주 장황하게 써 보았습니다. 

 

보셨다시피 아직도 다소 아픈 사람입니다.ㅠㅠ 원래 회복이 이리 더딘 것인지 모르겠지만, 계속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것도 한 몫 하는 것 같습니다. 정상 가동범위가 되려면 확실히 핀을 모두 제거한 뒤에야 가능할 것 같네요.

 

그래도 밥 먹고 걷고 하는 행위는 모두 정상입니다. 이제 여러분을 만나러 갈 수 있으니, 편하게 불러주시와요.

 

또 한 번,

 

1) 제대로 된 준비 없이 공유 전동 킥보드 타지 마세요.

2) 웬만하면 낮에만 타세요. 밤엔 내가 여기 진짜 바닥에 요철까지 다 안다 싶은 데서만 타세요.

3) 조금이라도 음주를 했다면 더더욱 타지 마세요. 그냥 PC방 가거나 친구를 부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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