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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이야기

[일상 이야기] 공유 킥보드 타다가 넘어져 쇄골 골절 사고 후기 1 - 사고 개요

by 미키씨 2022. 12. 19.

한동안 블로그에 격조했는데 나름의 강력한!! 핑계가 있습니다. 오늘로부터 약 3개월 전, 저는 전동 킥보드 사고로 우측 쇄골이 골절되어 근 2개월간의 치료 후에 아직 회복 중입니다. 병실에 누워 자세한 후기를 쓰겠다 다짐했던 걸 이제 쓰고 있네요.


무슨 일이 있었는가?

때는 2022년 9월 16일 자정.

추석이 지난 다음 주. 강남역에서 위로 올라가는 신분당선은 끊기고 9호선은 아슬아슬 막차가 있을 무렵. 택시가 가장 안 잡히는 바로 그 시간. 구 우성아파트 근처에서 저녁 모임 후 귀가를 하던 저는 킥보드 사고를 냈습니다.

 

어디 부딪히거나 한 게 아니라 교통사고는 아니고, 엄밀히 말하면 '자빠링' 인데요.

 

시간 순으로 그 날의 일을 재구성 해보면 -

  • 00시 10분쯤 공유 전동 킥보드에 탑승했습니다.
  • 00시 12분쯤 강남역 번화가 큰길을 피하려고 삼성생명 쪽으로 방향을 틀어 대로변의 뒤쪽 진흥아파트 앞 길로 가려고 했습니다. 인도에서 잠시 주행 후 내려 건널목을 건너고 이후로는 차도로 진행했습니다. 어린이보호구역이어서 어차피 서행하는 구간, 교통량도 없고 더 안전해 보였거든요. (어쨌든 이것 자체는 사실로 판명)
  • 00시 14분쯤 서초초등학교 앞을 지나 위브트레지움 아파트 옆으로 지나갔는데, 2차선 차도 평지에서 무언가에 걸려 그대로 차도 바닥에 오른쪽 어깨부터 날아갔습니다. 속도는 빠르지 않았는데 완전히 중심을 잃었어요.
  • 00시 16분쯤 지나가던 행인의 도움으로 일어나서 1차선까지 날아간 킥보드를 세우고 반납한 다음 직접 119를 불러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 00시 30분쯤 중앙대병원 응급실에서 우측 쇄골 골절 엑스레이를 찍고, 검사 및 처치를 받고 보호대 차고 일단 귀가했어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탔는가... 에 대한 자세한 경로ㅋㅋ 넘어진 곳은 서초초등학교에서 아파트 넘어가는 길목 쯤?

예... 뭐 헬멧이고 보호대고 그런 게 있었겠나요. 때는 9월 중순이라 아직 더워서 옷은 얇았고, 그 날은 다른 어른들 만나는 자리였기 때문에 굽은 낮았지만 스트랩 샌들을 신었습니다. 가방은 아예 들고 나오지 않았지만, 손에 기념품 비슷한 쇼핑백이 들려 있었고 그건 킥보드 손잡이에 걸고 탔었답니다. + 모임이었으니까 맥주 두어 잔 마셨습니다. (저는 주량이 소주 1병 반 정도인 사람입니다.)

 

잘 했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며, 분명히 판단력이 흐려졌고 교통규칙에 어긋나는 일을 했습니다. 지금은 사람들에게 절대 그러지 말라고 적극 전파하고 다니고요. 다만 정말 다행히 혼자 쇄골 골절로 끝난 이유에 대해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어쨌든, 빨리 주행하지 않았습니다. 한 개의 큰 사고가 있기 전에 자잘한 여러 개의 사고가 난다.... '파레토의 법칙'이라고 하던가요, 사실 그 전에도 킥보드를 타면서 사고가 날 뻔 했던 순간들이 분명히 몇 번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안경을 쓰고 겨울에 주행하다가 순간적으로 안경에 김이 껴서 차도의 적색 신호를 못 보고 주행했던 적도 있었구요. 바로 그 날도 삼성생명 바로 앞에 가로로 길게 오수관(!!!) 같은 것이 늘어져 있는 것을 가까이 와서야 보고 겨우 멈춰 세웠습니다. 이미 그 때 주행을 포기하든지 했었어야 하겠지만, 바보같은 이 사람은 아 그냥 천천히 다녀야겠다 라고 생각해서 천천히 주행하기만 했답니다. 그래도 '천천히' 갔기 때문에 머리부터 부딪히는 일을 피했다 싶고요.

 

그리고 이건 다행인 요소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차량 통행이 적은 도로로 주행했습니다. 큰 길로 주행했다면 넘어진 직후 차에 치이든가 했지 않았을까 하는 끔찍한 생각을 해 봅니다. 그 날 그 왕복 4차선 도로 길에는 제 앞으로만 차량이 일부 있었고 뒤에는 따라 오는 차가 없었습니다. 그마저도 차량과 인접해서 주행하기가 싫어서 일부러 천천히 주행해서 차들을 모두 저 멀리 앞으로 보냈구요. 그것만큼은 잘 한 일이라 봅니다.

 

물론 인도로 주행했다면 괜찮았을까 생각도 해봤어요. 그래도 원칙적으로 전동킥보드는 차도에서 운전하는 게 맞는 일이라 생각해왔고 그래서 그렇게 주행했습니다. 한편으론, 큰 길로 갔다면 이렇게 어두운 곳에서 무언가에 걸려 넘어졌을까 의문이기도 한데,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영영 알 수 없겠죠. 리스크는 큰 길이 더 컸던 것만은 분명합니다.

 

여기 직우표시 있는 곳 근처에서 넘어졌습니다. 지금 보니 배수구멍이 뭔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는데 그걸 밟은 것 같기도 합니다.

이 길거리를 보니 지금도 그 날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여긴 자세히 보니 가로등도 없는 길이었네요. 워낙 어두워서 뭐가 잘못되었는지 인식할 겨를도 없는 채로, 일단 차도에서 피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아파트 입구까지 걸어갔습니다. (따뜻하게 괜찮냐고 물어봐 준 외국인 친구 고마워요.)

 

당장 사고가 났을 때는 크게 피가 나는 곳은 없었어요. 팔꿈치와 허벅지가 좀 까지고, 손에 찰과상이 있는 정도? 그런데 확실히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오른쪽 어깨가 엄청나게 뻐근하고 움직이지를 않더라고요. 분명히 바닥에 어깨 끝부터 닿았는데 왜 승모근쪽이 아프지......? 하는 느낌이 들어 손을 가져다 대니 어깨 위가 평평하지를 않고 요철이 있는 거예요. 아.... 뭔가 잘못 되었다. 119를 불러야 한다!! ... 

 

몇몇 분들이 물어보시는 것이, '정말로 뼈가 부러지면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나냐' 고요. 사실 그런 소리는 잘 모르겠고, 저는 머리를 부딪힌 소리만 기억납니다. 다행히 머리는 다 쓰러진 다음에야 바닥에 부딪혔거든요. 그러니까 대충 드래곤볼 야무치 같은 포즈로 쓰러진 겁니다. 어렸을 때 동생이나 친구들하고 치고박고 하다가 머리 박치기 하면 나는 소리 있잖아요. '꿍' 하는. 그런 소리는 확실히 들었어요. 

 

하여튼, 그래서 저는 중앙대 응급실로 실려 갔다가 집으로 귀가를 하게 되는데.... (계속) 

 

아, 이제 매 글 마다 달아야지. 여러분...........

 

1) 제대로 된 준비 없이 공유 전동 킥보드 타지 마세요.

2) 웬만하면 낮에만 타세요. 밤엔 내가 여기 진짜 바닥에 요철까지 다 안다 싶은 데서만 타세요.

3) 조금이라도 음주를 했다면 더더욱 타지 마세요. 그냥 PC방 가거나 친구를 부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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