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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이야기

[일상 이야기] 공유 킥보드 타다가 넘어져 쇄골 골절 사고 후기 2 - 쇄골이 부러지면 일어나는 일

by 미키씨 2022. 12. 20.

쇄골 골절 사고 후기 2편입니다. 요즘은 글 한 편을 길게 쓰는 것보다 나누어 쓰는 게 좀 더 읽기도 편하고 호흡도 편한 것 같더라고요. 오늘은 정말 아주 구체적으로 쇄골 골절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공감각이 뛰어나신 분들은 읽으면서 좀 트라우마 오실 수도 있습니다.)

 

사고 개요에 대해서는 1편을 참고해 주세요.

 

https://mikiadd.tistory.com/29

 

[일상 이야기] 공유 킥보드 타다가 넘어져 쇄골 골절 사고 후기 1 - 사고 개요

한동안 블로그에 격조했는데 나름의 강력한!! 핑계가 있습니다.ㅋㅋ 오늘로부터 약 3개월 전 저는 전동 킥보드 사고로 우측 쇄골이 골절되어... 근 2개월간의 치료 후에 아직 회복 중입니다. 병실

mikiadd.tistory.com

쇄골이 부러지면 어떤 증상이 있는가

 

쇄골뼈는 영어로 clavicle 즉 빗장뼈라고도 하고, collarbone 목 카라에 있는 뼈 라고도 한답니다. 위에서 보면 일자, 옆에서 보면 약간 납작한 S자 모양이에요.

[쇄골 부러지면 어떻게 되는지] 대략 묘사를 해보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30대 중반에 접어드는 나이이고, 뼈에 특별히 이상은 없으며 살집이 없는 편이 아닌 사람입니다. 아마도 저보다 살이 적거나, 뼈가 더 약하거나 하신 분들은 좀 더 크게 다치는 분들도 계실거고요. 평소에 고통을 잘 참으시거나 근육을 많이 쓰시는 분들은 덜 다치셨을 겁니다. 각설하고...

 

[외형적]으로는 당연히 뼈가 일렬로 있지를 않고, 골절된 뼈가 위로 튀어 나옵니다. 보통 쇄골은 가로로 누워 있는 형태로 지면과 수평하게 ㅡ 이렇게 직선 모양으로 뻗어 있는데요. 이 가운데 어디쯤에 갑자기 뭔가가 위로 튀어 나와 있습니다. + 다쳤을 때 바로 누워 있는 상태라면 형태가 달라지겠지만, 중력의 힘을 받도록 서 있는 자세가 되면 뼈가 위로 솟게 됩니다. 쇄골의 한쪽 끝은 흉골(가슴뼈)에, 다른 한 쪽은 견갑골(어깨팔뼈)에 붙어 있기 때문에 뼈가 여덟 팔 자 八 형상으로 위로 솟아 나와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흉골쪽에 붙은 조각 끝이 좀 더 위로 솟고, 견갑골에 붙은 조각이 팔의 무게에 의해 아래로 쳐집니다. 이런 솟은 형상이 텐트와 같다 하여 '텐트 효과' 라고도 한다네요. 저도 알고 싶지 않았어요. 흑흑...

 

>>>엑스레이 사진 나옴 주의<<<

더보기

 

제 사진 아님. 이 분은 뼈가 부러진 다음 아예 뼈가 살쪽으로 파고 들게 눌린 것 같은데, 저는 이렇게까지 가까워지지는 않았습니다. 여튼 흉갑골에 붙은 쪽이 위로 솟은 것을 볼 수 있죠.

 

쇄골은 인체에서 가장 약한 뼈 중에 하나라고도 하죠. 저 같은 경우에는 비전위(non-displaced) 골절의 케이스로, 골절 후 뼈의 형태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으며, 조각이 심하게 분쇄되지 않고 비교적 깔끔하게(?) 두 동강이 났습니다. 분쇄 골절의 경우에는 부서진 뼈 조각이 승모나 어깨 근육 어딘가에 밀려나 있는 상태가 되었을 거고요. 근데 여기서 '깔끔하게' 라고 하는 것이, 마치 칼로 자른 듯 단면이 깔끔하게 잘렸단 얘기는 아닙니다. 저의 경우엔 마치 나무젓가락을 반으로 잘못 부러뜨린 것 같은 형태로 뼈가 부서졌어요. 균일하게 부서지지 않고 날카롭게 각각 한쪽 끝이 긴 모양으로 부서질 때가 있는, 그런 모양으로요.

 

[증상적] 측면에서는, 일단 당장은 팔을 아예 쓸 수가 없습니다. '내가 쇄골이 부서졌나' 검색해서 여기 들어오시는 분은 없으리라고 봅니다만, 정말 골절이라면 팔을 의지대로 전혀 움직일 수 없으므로 의심의 여지 없이 부러졌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론상 팔꿈치 아래로는 멀쩡하기 때문에 손가락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지만, 그 외에는 팔을 구부린다든지 하는 동작은 일체 안 됩니다.

 

[통증]에 관해서는, 다친 직후에는 '아주 뻐근하다' 는 느낌의 통증이 있었습니다. 아마 몸에서 아드레날린을 미친듯이 뿜어내고 있었겠지요? 다만 뻐근함의 정도가 매우 커서, 누가 제 어깨를 아주 무거운 돌로 짓누르는 기분이 들었구요. 이어서,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친 부위가 부어오르면서 뼈 근처 모든 근육이 아픕니다. 살짝 만지면 아픈 것도 기본이고, 사람이란 게 숨만 쉬어도 가슴뼈와 근육이 움직이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심하면 흉부 위쪽까지 통증이 옵니다. 숨쉬는 게 너무 아파서 가슴을 안 움직이고 숨을 쉬고 싶다 생각이 들었던 순간도 있었구요. + 전 걸으면서 팔과 몸통에 근육이 그렇게 많이 쓰이는 줄을 이번에 알게 됐어요. 평소에 하던 상체의 모든 동작 순간에 근육이 아픕니다. 고개만 돌려도 아픕니다.ㅋㅋ

 

특히 저의 경우엔 쇄골에 이어져 있던 인대까지 같이 파열되었기 때문에 당기는 듯한 근육 통증도 같이 있었습니다. 파열된 건 어깨쪽 인대인데, 아픈 건 신기하게도 이두와 삼두 즉 팔의 바깥쪽 근육이 아픕니다. 그쪽 친구들도 아마 파열되면서 심하게 충격을 받은 것 같아요. 그래서 분명히 팔꿈치 아래는 움직일 수 있어야 할텐데, 아예 팔을 접고 펴는 것 자체가 불가합니다.

 

쇄골 골절 후 치료까지

 

당일 구급차 탄 얘기부터 해 보겠습니다. 

 

119 타고 응급실로 가는 길에 소방대원 선생님이 물어보십니다. 댁이 어디세요? 숨쉬기는 괜찮으세요? 머리 부딪히셨어요? 의식은 괜찮으세요? 아, 그리고 약주 하셨냐고도 물어봅니다. 다른 이유는 아니고 응급처치에 참고해야 되니까 라고 하시더군요. 당연히 거짓말할 이유도 여유도 없으니 그냥 솔직하게 대답했습니다. 그 외 평소 지병 여부 등을 묻습니다.

 

이렇게 몇 가지 질문을 하고 나서, 제가 심한 응급환자는 아니기 때문에 병원을 고르라고 하십니다. 당시 시각에 인근에 위치한 병원들은 긴급 심혈관계 질환 환자가 아니면 받지 않는다고 하셔서, 중앙대 또는 순천향대 중에 고르라고 하시더군요. 잠시간 고민하다가 집에서 직선거리로 가까워 보이는 곳으로 골랐습니다. 다친 사람 입장에선 사실 '심한 게 아니라는 게 말이 되냐' 싶긴 하지만, 제가 골든타임이 중요한 환자가 아닌 건 맞았습니다. 그래도 그나마 집 가까운 곳으로 데려다 주시니 이게 어디냐 싶었어요.

 

응급실에 도착하면 일단 앉아있는 자세로 팔을 슬링 보호대로 고정시킵니다. 왜 앉은 자세냐면, 어깨 골절은 나중에 다시 얘기하겠습니다만 누워 있는 자세가 진짜 제일 아픕니다. 골절로 인해 붓는 부위가 등 뒤까지 해당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눕게 되면 어깨가 자연스럽게 뒤로 펴지면서 어깨뼈 위치에 변동이 오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 때 저에게 착용시켜준 보호대는 일반적으로 골절이 있을 때 사용하는 보호대와 비슷한 모양으로 팔꿈치를 접어 목과 어깨에 끈으로 걸어두는 '슬링' 형태였구요.

 

진통제 맞고 조금 진정 되자마자 견갑 엑스레이 및 머리 MRI를 찍었습니다.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혔기 때문에 무엇보다 머리 상태도 중요했으니까요. MRI 및 엑스레이 모두 누운 상태로 찍었습니다. 아 물론 엑스레이는 침상을 기울인 채로 반쯤만 누워서... 사진 찍는다고 계속 누웠다 일어났다 했는데 그 때마다 진짜 아팠어요. 남편과 간호사가 몸을 밀어줘야 겨우 일어날 수 있는 상태가 됐어요.

 

병원 침대에는 눕는 자세마다 이름이 있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증상에 따라 눕히는 자세가 다릅니다. 저의 경우에는 세미-파울러 포지션이 제일 편했습니다. 한 3주째나 되어서 겨우 알았어요.

 

어느 정도 응급처치 및 검사가 끝난 다음에 전공의 의사선생님이 물어봅니다. 여기에서 외래 진료를 받으시겠어요, 아니면 다른 병원으로 가시겠어요? 이전 글에서도 묘사했습니다만 저는 완전히 쇄골이 동강이 난 상태였기 때문에 수술이 필요한 상태였습니다. 근데 중앙대는 확실히 집에서 멀기도 하고 여기서 더 비용발생을 시킬 순 없겠다 싶기도 하고, 정형외과병원 갈 곳이 있었도 있었기 때문에 응급실에서는 퇴원 절차를 밟았습니다.

 

즉, 쇄골이 골절된 상태로 귀가를 했고 그 다음 날 수술 일정이 잡히기 전까지 계속 골절된 상태로 있었습니다. 그 당시는 이래도 되는 건가 싶었는데 다시 돌이켜 보면 어차피 뼈라는 게 하루 아침에 붙는 게 아니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는 건 맞는 듯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그 동안 안 아픈 건 아닙니다.(ㅠㅠ)

 

지옥 같은 밤을 보내고, 다음 날 바로 입원절차를 밟아 운 좋게 그날 저녁 바로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수술 진행 전 정말 오랜만에 코로나 검사도 받고, 보호자도 같이 PCR 검사를 받았구요. 수술에 전신마취가 필요했기 때문에 보호자 동의서도 받고... 엑스레이 또 찍고 피 검사도 하고 으레 할 것 같은 그런 검사들을 많이 받았습니다. 엑스레이 사진은 처음 찍은 곳에서 CD로만 주었기 때문에 이 때 처음 제대로 봤는데, 오우 진짜 깔끔하게 두 동강이 났더군요... 제가 봐도 수술 안 할 수가 없는 사안이었습니다.

 

수술은 절개를 좀 적게 해 주신 덕분에 반대로 시간이 길어져 1시간 반 정도 걸렸고,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은 의식이 없었으니 몰랐으나 수술에서 깨고 난 다음이 정말 제일 아팠습니다. 다쳤을 때보다 더요. 생살을 째고 뼈에 쇠를 박으면 이렇게 아픈 거구나 싶었습니다. 이 때부터 한 3일간 계속 슬링 보호대를 하고 있었고, 누워서 무통주사를 꼬박 하루 맞았습니다. 며칠 시간이 지난 다음엔 완전히 팔을 움직일 수 없는 슬링 보호대에서 벗어나, 드디어 쇄골 골절의 상징(?)과도 같은 8자붕대로 갈아타게 됩니다. 팔자붕대로 교체한 이후에는 그래도 팔의 운신폭이 좀 늘어나니 옷을 갈아입을 수 있게 되었고, 이후부터는 지속적으로 밥 잘 먹고 팔 최대한 안 움직이고, 염증 수치 관리하면서 수술 상처가 아물도록 하는 날들의 연속입니다. 퇴원까지 총 약 4주 걸렸습니다. 특히 초기 2주 동안은 정말 가마니처럼 가만히 있어야 해요. ㅠㅠ

 

 

 


다 쓰고 나니 그 때 생각이 나면서 기가 쭉~ 빨리는데, 언제 퇴원하지, 회사는 언제 가지 등등의 초조한 고민들로 고통과 함께 밤을 지샜던 기억이 나네요. 다음 편은 마지막으로 수술을 어떤 수술을 했는지, 3개월 지난 지금까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써 보겠습니다. 

 

또 한 번,

 

1) 제대로 된 준비 없이 공유 전동 킥보드 타지 마세요.

2) 웬만하면 낮에만 타세요. 밤엔 내가 여기 진짜 바닥에 요철까지 다 안다 싶은 데서만 타세요.

3) 조금이라도 음주를 했다면 더더욱 타지 마세요. 그냥 PC방 가거나 친구를 부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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