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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이야기

[일상 이야기] 2021년 결산, 그리고 결혼합니다

by 미키씨 2021. 12. 24.

블로그는 쓰다 보면 마치 바이오리듬(?)처럼 밀물과 썰물이 있는 거 같습니다. 

 

블로깅을 시작한 지는 꽤 되었습니다. 티스토리에 초대장이 있던 시절인 2006년부터 블로그를 했으니 진짜 오래 되었습니다. (물론 그 시절의 글들은 백업파일에 처박혀있어서 다신 꺼내볼 수 없겠지만.)

 

그 15년 동안 정말 꾸준히 이런 패턴을 유지해 왔는데요.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마구 영감이 솟아나고 매일매일 쓰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아서 발행 간격을 조절해야 되는 시기가 있는가 하면, 더 이상 쳐다보기도 싫어서 즐겨찾기에서 블로그 관리 링크를 지우게 되는 기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영부영 가을겨울이 지나고, 정신 차려 보니 12월 막바지,
해 지는 갯벌가에 서서 다시 밀물을 맞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 것인가 봅니다.

 

 

무슨 조수간만의 서해안도 아니고...ㅋㅋ Photo by Thierry Meier on Unsplash


 

꾸준히 쓰겠다는 다짐은 새해에는 하지 않을랩니다.

일단 도저히 불가능한 일임을 이제는 깨달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30대 이상 된 분들이 더 이상 헬스장 1년 끊지 않듯이),

내년에는 아주 큰 모험을 떠나기 때문이에요. 

 

무려, 결혼합니다. (두둥) 

 

준비를 한 지는 대략 이제 2개월 정도 된 것 같은데요. 

왜 결혼을 인륜지대사라고 부르는지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어쩜 그리 결정할 것이 많고, 또 그에 앞서 생각하고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은지!

결혼이 회사 일만큼 어렵다고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일생의 가장 큰 과업이라고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뭐랄까, 이 와중에 최선을 다해서 생각해야 할 것 하나를 남겨야겠다 싶어서 간만에 블로그를 켜게 되었는데요. 연말이라 회사 자리에 앉아 간만에 <한글논어>를 펼쳐 들었다가 이런 구절이 나오지 않겠어요. 

 

선생 "사람이 실없으면 그래도 좋을까 몰라! 소 수레나 말 수레나 멍에 없이 그래도 끌고 갈 수 있을까?"
子曰(자왈) 人而無信(인이무신) 不知其可也(부지기가야) 大車無 (대거무예) 小車無 (소거무월) 其何以行之哉(기하이행지재)
- 나와 다른 사람과도 말하자면 아주 딴 사람들이다. 이들이 한데 어울려 굳게 맺어진 사이가 되자면 신(信)이 멍에의 구실을 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한글논어>

 

결혼이라는 건 이 믿음(信)의 멍에를 만들어 쓰는 과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올 한 해를 돌이켜 보면, 크게는 결혼이라는 새로운 챕터가 시작되기 전, 그간의 싱글 인생 챕터를 닫는 큰 흐름 속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총평] 으로는, 취미와 일 모두에서 어느 정도의 입지를 구축할 수 있었고,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났지만 그 만큼 오래된 인연도 몇 떠나 보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일에 도전해본 건 별로 없는 것 같구요, 대부분은 그 전 년도부터 이어져오던 일들을 마무리하거나 어느 정도의 성과를 보고 끝냈던 것 같습니다. 돈을 크게 벌지는 못했지만, 크게 앓았던 일도 없었습니다. 부모님의 건강이 안 좋아지신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대의 우환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 외에는 아직 젋으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그런 믿음이 아직 남아 있고, 아직 나는 변화의 가능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확신 또한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더 많이 들었어야 하는 게 아닌지에 대한 아쉬움은 좀 남습니다. 올 한 해도 참 아등바등 살았거든요. 더 커진 책임감과 업무량을 해내기 위해서는 그래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이 스스로의 제한된 리소스 속에서 생각하고, 사고하게 되어 버린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됩니다. 자기 자신을 반복하는 사람만큼 지루한 사람이 없는데 말이죠. 지금이야 그 동안 쌓아 온 여러 가지 관심분야와 지식 자체의 다양성에 기댈 수 있었지만, 언제까지 그것이 가능할까요? 나이가 들어가는 이 시점에는 꼭 다시 한 번 반성해 보아야겠습니다. 

 

"생각하면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하죠. 그 말에 충실했었나-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애써 이런 말을 스스로 되뇌이면서 아직은 괜찮다고 위로해 왔지만 정신차리고 보면 사는 대로 생각하고 있었던 순간들이 꽤 있었거든요.

 

[대충 살기], 참 어려운 일입니다. 너무 진지하지 않으려고, 너무 계획하지 않으려고 합니다만 오늘도 또 한껏 진지해져 있네요. 인생 좀 게임이라고 생각하면서 가볍게도 살아야 하는데 그런 건 역시 애써도 잘 되지 않습니다. 이런 부분에서는 저와 꽤 다른 성향의 납편(흐앙!!)이 앞으로 저를 많이 도와줄 것 같습니다.

 

[안 좋은 습관] 고치기... "게으름(많이들 동의하지 않으시겠지만 저는 완벽주의로 인한 게으름 환자입니다)" 에서 최대한 벗어나려고 노력했지만 잘 된 부분도 있었고 안 된 부분도 있었습니다. 올해의 근태에 점수를 매긴다면 과감히 0점을 주고 싶어요. 그 외에는 괜찮았습니다만, 도저히 이직을 위해 부지런해져야 하는 부분은 잘 되지 않더군요. 그 부분도... 100점 만점에 딱 10점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력서를 쓰고 좋은 분께 코칭을 받았으니 그래도 좀 봐줘서 20점만 더 주겠습니다.

 

[플레이리스트]는 한 10년 전으로 회귀한 것 같은데(ㅋㅋ) 그래도 Paradis를 추가했습니다. 음악은 솔직히 말하면 더 다양하게 들어볼 수 있는 나이가 지난 거 같기도 합니다. 무얼 들을지 결정하는 것도 은근 피곤하다는 사실, 아시나요? 

 

[책]은 딱 한 권 읽었습니다. 그것도 굉장히 실용적인 이유로 <전세를 알면 부동산 투자가 보인다> 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전 원래 마음 먹기를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해가 갈 수록 내가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일까? 를 거듭 자문하게 되는데요.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저는 자기반복을 아주 싫어하거든요. 재미있는 주장을 담은 책이었지만 자기반복이 뒤로 갈 수록 많이 나오는 바람에 끝까지는 좀 고역이었습니다. 그 분이 책을 못 썼다는 게 아니라, 그런 (자기반복을 안 하는) 경지에 이르기가 어렵다는 얘기가 하고 싶었습니다. 또, 그런 걸 저 조차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을 강화시켜준 계기도 되었구요. 

 

그 외에, 수제맥주 여행 다니기, 서울둘레길 완주, 클라이밍이나 자동차 사기(!), 경쟁PT 직접 피칭 하기, 영어로 발표, 하고 싶었던 광고주 맡기, 올해도 청구 사고 치기(!!) 등 다양한 일들이 있었습니다. 사진첩을 좀 들여다 보면서 차분히 무엇을 했는가를 다시 돌이켜 봐야겠지만, 생각나는 것들은 그 정도인 듯합니다. 

 


Photo by Dawid Zawiła on Unsplash

 

 

그래도 몸 건강히 큰 사고 안 치고 올해를 났습니다. 고맙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며칠 남지 않은 올해도 무사히 잘 마무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의 건강과 건승을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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