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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이야기

[트렌드] 상향 소비 (upspending) 에 대해

by 미키씨 2023. 2. 5.

작년 연말 쯤 트위터에서 많이 리트윗 되어 보게 된 타래가 있었는데요.

트위터 '관대한펭귄' 님께서 '상향 소비'  에 대해서 <과식의 심리학> 이란 책에 나와 있는 글귀를 인용하며 쓰신 타래였어요.

찾아 보니 지금은 해당 트윗을 삭제하신 상태라 원글을 링크할 수는 없었지만, 해당 글을 캡쳐하신 분의 블로그가 남아 있어 가져와 봤습니다.

 

https://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bambada37&logNo=222965670965 

 

2022.12.25 시원한 밤바다 일기 <상향소비 에 대한 생각>

인터넷에서 <상향소비>에 대한 글을 봤다  진짜 언제부터인지 주변사람들의 아이폰, 아이패드,...

blog.naver.com

 

이 글을 읽고 그간 막연하게 느끼기만 하고 있던 한 트렌드에 대해 시야가 탁 트인 느낌을 받았어요. 그건 바로 '사치의 일상화' 라는 저 나름대로의 판단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일상화, 라고 까지 표현하기에는 조금 무리수라고 생각도 하지만... 한편으론 우린 소득 수준에 관계 없이 이런 '소확행' 을 일상적으로 누려온 지 오래 되었습니다. 아니죠, '소(小)' 확행 도 이제는 아니고 '대(大)' 확행 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조금이라도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으레 하는ㅋㅋ '우리 집 엥겔 지수는 평균 초과야' 라는, 그런 말들 속에는, 단순히 오늘 저녁을 집 밖에서 먹었다 같은 지출만이 아닌... 샴페인 바 라든지 파인다이닝 같은 큼직큼직한 지출들이 들어 있지 않던가요.

 

- 그래서 그게 나쁜 거라고 얘기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가치판단은 개인의 몫이죠. 하지만 욜로(YOLO)도 아니고 이렇게 기형적인 소비 패턴이 일상으로 자리 잡게 되면 그건 이제 더 이상 '기형적' 이 아니게 된다는 점에, 시장 참여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초고가 라인업의 타겟팅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이유가 됩니다. 구매력은 더 이상 연령에 비례하지 않기 때문에, 노화된 인구에만 초고가 라인업을 맞출 필요가 없게 되는 거죠. 마케팅도 발맞춥니다. '럭셔리'가 전 연령대에 통용되는 가치로 소비되기 때문에, 이제는 연령 타겟팅보다 각자의 관심사(affinity)에 훨씬 더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회사들의 가치가 더욱 올라가겠죠.

 

- 트렌드 센싱 측면 외에도, 개인적으로 결혼을 준비할 때 가장 충격을 받았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결혼을 하려고 보니 '상향 소비' 가 정말로 보편화된 것처럼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었어요. 특히 예물요. (중산층인 제 주변 인구에 편중된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만) 일반 직장인의 한 두 달 근로소득으로는 도저히 구입할 수 없는 브랜드의 예물들이 '이 정도 하면 잘 했다' 는 기준으로 통용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반지는 불xx 커플링이나 부xx, 티xx, 반클xxxx 같은 브랜드가 '잘 한 정석' 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더군요. 비싼 반지를 했으니 그것이 흠결 가지 않게 해 줄 '가드링' 또한 일반적인 구성품(!) 이었고, 신혼 여행은 지역 마다 다르긴 합니다만 초특급 호텔로 '한 번쯤 사치 부려 볼' 경험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

 

스스로도 이런 데 영향을 아예 받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네요. 저도 며칠 간은 비싼 호텔에 묵었으니까요.

 

jannis_lucas @ Unsplash


그리고, 더욱 본격적인 고민은 이겁니다.

 

고등학교 때 사회 선생님께서 항상 하시던 말씀이 기억 납니다. '젊었을 때 무조건 빚을 내서라도 여행을 가라.' 저 또한 그것이 맞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살아 왔고, 그래서 지금까지 시간적 기회가 있으면 최대한 카드를 이용해서 국외로, 국내로 여행을 다녔습니다.

 

한 편으로는 그것이 열심히 살아 온 나 자신과 우리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도 했었어요. 확실히 여행지에서 경험한 것들은 후회되는 것들은 없었고, 가서 현지인들과 최대한 어울리고 많은 것들을 보고 들으면서(그리고 돈을 쓰면서), 돌아와서는 그 경험들이 정말 좋은 기회들과 우연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 만은.

 

이제 한 가정의 가장이 되고 보니, 그것들이 과연 내 한 해의 수입을 심각하게 저해할 정도로 가치가 있는 것들이었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전 그 정도에 불과한 경제력을 가진 사람이니까요...ㅋㅋ)

 

냉정하게 통장 잔고를 들여다 봅니다.

 

이 돈으로 '자산' 에 투자를 했었더라면, 아니 최소한 저축을 했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what if를 생각해 봅니다.

 

어떤 장밋빛 메타버스가 그려지지는 않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몇% 정도는 더 부유해져 있지 않았을까요? 복리의 원리를 생각해 본다면 더더욱 그 격차가 벌어지지는 않았을까요?

 

그리고, 지금 내가 시달리고 있는 이 스트레스 속에서 조금이라도, 어쩌면 훨씬 더 여유로웠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지금보다 더 시간이 지난 다음에도 여전히, 혹은 더욱 잘 누릴 수 있는 경험이었던 건 아닐까요?

 

다른 한 편으로는, 여행이 제 가족 구성원의 자기계발 욕구를 크게 바꿔 놓지 못했던 것 같다는 점에서도 여행이 정말 가치가 있었던 일일까 반문하게 됩니다. 저는 여행만 가면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 생각하고 오게 되는데, 놀랍게도 그것은 저 자신에 한정된 일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원할 때면 언제든 해외에 가서 자유롭게 선진 트렌드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삶이 너무 좋아 보이고 간절합니다. 갈 때마다 여러 곳에서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이 길에 널려 있는 것을 보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그 장점을 같이 느낀 사람일지라도 자동적으로 그것이 간절해지지는 않더라구요.

 

와 정말 좋다! 신기하다! 정말 앞서 가는구나! ... 그리고 거기서 끝이었습니다. 그저 좋은 추억인 것이지요. 어쩌면 제가 이상한 사람이고, 여행을 다녀 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어쨌든, 가계경제를 꾸리는 입장에선...

 

이제 '여행' 이라는 행위가 두 사람 몫 그리고 그 이상의 비용을 수반하는데 반해, 두 사람이 함께 삶을 고양시킬 수 없다면, 이 행위가 진정으로 지금 필요한 행위일까를 자문해 볼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 성찰은 지금 제 모든 '상향 소비' 와 맞닿은 소비활동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구요.

 

정말로 '경험을 사는' 행위가 우리에게 장기적으로 이득을 가져다 주는 활동이 맞을까요?

 

 

유튜브 영상을 보니까 몇몇 자기계발 유튜버 분들은, '지금 해외여행 가고 신명품 흥청망청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 보다 아끼고 절약하는 사람들이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동기부여를 하고 있습니다.

그 말이 100% 맞을 거란 건 아니지만, 한국이 명품 소비국 1위로 올라섰다는 이 현실에서는 개인적으로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볼 만한 문제인 건 맞다 싶어요.

 

 

 

** 같이 볼 관련 기사

 

https://www.mk.co.kr/news/business/10630654

 

이걸 좋아해야해 말아야해?...세계 1위 차지한 한국인 명품 사랑 - 매일경제

작년 1인당 명품 소비액 40만원 미국 중국 따돌리고 세계 1위

www.mk.co.kr

https://www.hankyung.com/life/article/202302033603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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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yung.com

http://ch.yes24.com/Article/View/32513

 

과식의 늪에서 살아남기 위해 | YES24 채널예스

과식과 싸움은 개인의 의지의 문제, 자아의 힘의 문제로만 보기보다 소비주의라는 우리를 둘러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저자의 일관된 주장이

ch.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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