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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이야기/맥주일상

[맥주일상] 유럽 맥주 해외 직구 방법, 후기 (beery.life 비어리 라이프)

by 미키씨 2021. 9. 9.
유럽권의 독일 맥주, 벨기에 맥주, 특히 수도원 맥주 등을 해외에서 직접 배송으로 구매할 수 있는 사이트가 있어 체험해 보았습니다.

 

비어리 라이프 (@beery.life / beery.life) 라는 사이트를 처음 알게된 건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고독한 맥주방(블로그 링크)" 이었습니다. 이 채팅방은 또 #서포트로컬 하면서 맥주뉴비로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트랜스포터 기사와 클럽하우스 채팅방을 통해 알게 된 곳인데요. 이 오픈채팅방에 방장님께서 "비어리라이프 프로모션" 에 대한 내용을 올려주신 걸 보게 됐습니다. 맥주를 직구할 수 있어? 그것도 합법적으로(개인 소비 용도는 불법이 아님)? 라는 점이 신기하게 와 닿았네요.

 

사실 그 때 사이트만 들어가보고 한 두어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마침, 가까운 시점에 유럽 주류를 잘 드시는 지인 분의 생일이 다가오게 됐습니다. 조금 다른 색다른 선물을 해 드리고 싶었던 차에 이 사이트가 생각났고, 냉큼 들어가 난생 처음 맥주 직구 라는 것을 해보게 됐죠. 어떻게 주문했는지 한번 기록으로 남겨 볼까요.

 

Beery.life 공식 인스타그램 캡쳐.

 

주문하는 법

1. beery.life 사이트 접속

Beery.life 사이트 첫 화면.

 

사이트에 처음 접속하면 바~로 썸네일형 맥주 리스트부터 등장하는 과감한(?) 레이아웃을 볼 수 있습니다. 맥주 이름이 모두 영어로 작성되어 있고, 가격도 유로(€) 기준으로 되어 있어 조금은 당황하게 되는데요. 그래도 차근차근 살펴보면 어렵지 않았습니다.

 

  • 썸네일 - 맥주 이미지, 이름(현지 이름 기준), 가격, 용량, 리터당 가격 순으로 기입 되어 있습니다. 누르면 맥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나옵니다.
  • 필터 - 오른쪽 위의 드롭다운 메뉴에서 "정렬 안함" 이라고 되어 있는 버튼을 누릅니다. 이름, 가격, 리터 당 가격('돈을 위해 맥주'), 신상품("새로운 출시"), 브루어리("목록")  순으로 필터링하여 볼 수 있습니다.
  • 보기 - "명부" 라고 되어 있는 버튼을 누르면, 리스트형 목록과 썸네일형 목록 보기로 서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리스트형("명부") 보기 화면

 

2. 맥주 설명 읽고, 골라서 장바구니에 넣기

 

맥주를 클릭하면 나오는 설명 화면. 유럽 현지의 비어마스터가 직접 작성한 내용이라고 하네요.

 

글을 작성하고 있는 9월 9일 기준으로 현재 beery 사이트에는 총 83개의 맥주가 주문 가능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처음엔 그나마 이름을 들어본 듀벨(Duvel), 아잉거(Ayinger), 시메이(Chimay) 외에는 뭘 주문해야 할지, 맥주 경력이 일천한 저로서는 처음에 선택이 꽤 어려웠습니다.

 

물론 한국에서 수입 맥주를 사더라도 비슷하긴 하죠.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생소한 맥주들을 진열장에서 살 때를 생각해보면요. 항상 라벨에 적혀있는 내용을 최대한 조합해서 어떤 맛일지 머릿속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든가, 그냥 라벨 생긴 거 보고 이쁘다! 하고 감성으로 찍든가... ㅋㅋ

 

이렇듯 맥알못인 저에게 beery의 맥주 설명은 비록 번역체로 작성되어 있긴 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선택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번에 구매한 맥주들 중에서 가장 단가가 비싼 맥주는 이 듀벨 트리플 홉(Duvel Tripel Hop) 이었는데요. 일반 듀벨은 대형 마트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던 반면에 이 트리플 홉 버전은 처음 보는 것이라 한번 도전해보게 됐습니다. 일단 설명을 읽고 나니 큰 실패는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그래서 한번 읽어 보시면, 테이스팅 노트, 헤드와 바디에 대한 상세한 묘사, 푸드 페어링과 푸어링 글래스 추천 등을 통해 맥주 음용에 필요한 핵심 정보는 웬만하면 다 알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다 읽고 나서 이 맥주를 구매해야겠다! 는 생각이 든다면, 수량을 선택해서 "장바구니에" 버튼을 누르면 쇼핑 카트에 담겼다는 메시지가 뜨면서, 계속해서 페이지를 탐색할 것인지 쇼핑 카트 체크아웃을 할 것인지를 묻는 창이 뜹니다.

 

맥주를 한 개만 사실 건 아닐테니, 일단 쇼핑을 계속 해서 이것저것 담아 봅니다. 

 

 

3. 장바구니 체크아웃 / 비용 결제

 

쇼핑 카트 체크아웃 화면.

 

마지막 상품을 담은 뒤 쇼핑 카트 체크아웃 화면으로 들어오면, 주문서 양식의 화면이 나타납니다. 

 

전체 비용 구성을 살펴보면, 상품의 직접 소매가, 국제 운송료, 국내 운송료, 수입 인지세(로 추정), VAT를 모두 더해서 최종 납부해야 할 비용을 알려줍니다. 여기서의 VAT는 현지 VAT로 추정되며 소매가에 이미 포함되어 있기에, VAT는 어떤 옵션을 선택해도 0원으로 계산되어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상단의 색깔 창이 눈에 띕니다. 번역이 좀 이상하게 되어 있어서, 세금을 내가 직접 없애라는 뜻인가? 싶은데요.

현재 담아져 있는 품목을 모두 종합했을 때, '세금 납부' 가 면제되는지를 알려줍니다. 녹색 은 세금 면제, 노란색 은 세금이 나올 수도 있음, 빨간색 은 확실한 과세 구간 이네요.

 

예를 들어 Tripel Hop을 1병 추가한 다음 아무 곳이나 클릭해서 다시 계산 하게 되면, 아래와 같이 바로 세금이 발생함을 알려줍니다.

 

세금이 발생합니다! (빨간색 경고)

 

맥주 세금 부과 공식은 아래와 같다고 하는데요, 이를 통해 관세+주세+교육세+부가세 의 합이 10,000원을 넘게 되면 세금을 납부해야 하고, 그 미만이면 세금 납부가 면제 된다고 합니다.

 

맥주 직구에 따른 세금 계산식

관세 : "과세값" x 30%   (유럽 원산지에서 배송되는 경우에 안하여, 한-EU는 FTA 관세 면제)

주세 : 1L당 830.3원
교육세 : 주세 x 30%
부가세 : ("과세값" + 관세 + 주세 + 교육세) x 10% 
--> (관세 + 주세 + 교육세 + 부가세) < 1만원  =  세금 납부 면제
* "과세값" : 현지 구매가 + "과세운임"
* "과세운임" : 관세청 지정으로, 해당 소포의 무게 KG당 적용되는 표준 운임 테이블 상의 운송료 
                  (실제 운송료와 관계 없음)
                  과세운임표 --> https://www.iporter.com/ko/popup/customs-shippings

 

처음엔 이 세금 납부 구간의 조건이 전체 구매 금액에 따른 것인줄 알았는데요, 다양한 가격대의 맥주를 담아보면서 시뮬레이션(아래 참고)을 해보니, 단순히 금액에 따른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맥주 세금 전문가가 되는 것인가!! 는 아니고...

 

정확한 세금 추정 공식이나 이 사이트의 적용 KRW-EUR 환율에 대해서 알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러니, 실제로는 카트에 하나씩 담아보면서 확인하는 것이 제일 정확하겠네요. 그래도 애써 대~~략적으로 가이드를 잡아 보자면,

 

주문하는 맥주의 양이 약 2리터 / 5병(0.5L 기준)을 넘어가면 과세 구간에 해당

 

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실 세금이 나온다고 해도 엄청 크지 않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 나눠 마시는 목적 등으로 좀 더 많은 양을 주문한다면 같이 부담을 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아래는 대략적인 과세구간 추정을 위해 몇 가지 시뮬레이션을 해 본 내용입니다.

 

여러 가지 조건을 조합해서 과세 시뮬레이션을 해 보았습니다. 적용 환율은 1 EUR = 1430 KRW 로 추정했습니다.

 

 

이러저러 해서 구매할 금액과 맥주를 확정했다면, 아래 주소 기입란에 배송/청구지 주소를 한글로 기입하고 주문을 누릅니다. 개인통관부호는 관세청 사이트(받으러 가기)를 통해 발급받을 수 있으며, P0000000000 형식으로 되어 있는 번호를 기입하면 됩니다.

 

계산은 글로벌 제휴 신용카드로 가능한데, VISA / MASTERCARD 두 가지로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VISA 카드로 주문하였고, 쉽게 체크아웃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위의 주문은 세금 면제 구간 주문인데요, 세금이 발생하는 주문에 대해서도 체크아웃 직전까지 진행해 봤습니다. 다른 건 없더라고요. 세금은 결제 단계에서 납부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통관시에 발생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4. 집에서 맥주 받아 마시기 (배송 / 어떻게 오나?)

 

Bruchgefahr! Nicht werfen! 깨질 수 있음! 던지지 마시오!!

 

이중 에어캡으로 한 병씩 포장되어 옵니다. 코스터도 서비스로 넣어주시네요.

 

납부해야 할 세금이 확실히 없는 주문이라면, 별도의 추가 절차 없이 맥주 소포가 바로 집으로 오게 됩니다. 만일 추가로 세금 납부가 필요한 경우, 통관 시 관세청(또는 서비스 기관)에서 세금 부과에 대한 개인 연락을 취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대부분의 국외 수입품에 대한 절차와 똑같을 것으로 생각되네요.

 

저의 경우에는 국내 택배사 CJ대한통운으로 연계되어 왔는데, 아마도 계약을 해서 진행할테니 대부분의 주문도 똑같이 진행이 되지 싶습니다. 배송은 정확히 8일 걸렸습니다. 와우... 국내에서는 맥주'만'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것이 불법이라, 직접 마음먹고 바틀샵에 가서 맥주를 사 오는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속도와 편리성이 아닐까요. 받아본 맥주의 병입일은 대부분 2개월 이내여서 확실히 직구가 좀 더 신선한 맥주이려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맥주 직구를 하면 맥주가 더 저렴할까? 

 

단 한 가지의 품목만, 세금 납부되지 않는 구간에서 산다고 생각했을 때...

 

맥주 직구를 해보기로 한 건 '여기 올라와 있는 대부분의 맥주들은 한국에서 구할 수 없겠지?' 라고 생각해서 였는데요. 그저께쯤이나 되어 알게 됐지만 꼭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예를 들어, 듀벨 트리플 홉의 경우 손에 꼽긴 해도 몇몇 바틀샵이나 펍에서 판매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리스트에 올라와있는 린데만스 람빅이나, 시메이, 로슈포르 같은 수도원 맥주들도 당연히 여러 곳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음... 직구라고 생각해서 스스로 조금 순진하게 생각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네요.

 

그리고, 고백하자면 되게 나쁜 습관이 있어요. 전 국산이든 수입이든 맥주를 살 때 값을 보고 사지 않습니다. -_-;; 많은 바틀샵과 수입사분들의 비용 사정도 고려하면, 당연히 다양한 맥주 생태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국내 소비가 답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덮어놓고 사다 보니 거지꼴을 못 면하게 되긴 하겠더라구요. ㅠㅠ  그래서, 그냥 편견 없이 가격 비교를 한번 해 보기만 하겠습니다.

 

위와 같이 듀벨 트리플 홉 단품목만 산다고 가정했을 때,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구간 이하인 6병만 구매한다고 생각하고 계산해보겠습니다.

 

국내에서 구매 (1병 기준) 직구로 구매 (6병 구매, 1병 기준 환산)
바틀샵 소매가 = 1만 1천원~
펍 소매가 = 1만 3천원~
(서울 시내 기준)
총 비용 35유로 = 약 5만원 (대략적으로 1E = 1430원 적용)
1병 = 약 8천 400원

 

비교해 보니 확실히 저렴하기는 하네요. 실제로는 이 맥주만 6병을 마시고 싶다! 라고 선뜻 주문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저도 그렇고 대부분의 맥덕 분들은 다양하게 드시는 편이니까요. 하지만, 정말 마음에 드는 맥주를 여러 병 구비해 두고 싶은데 국내 바틀샵에 들어오는 물량이 극소량이라면 이렇게 구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듭니다. 

 

 


 

해당 서비스 사이트 하단의 "날인/Impressum(링크)" 부분을 눌러 보면 업체 정보를 좀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소를 보니 Sulzbach 시에 있는 곳으로 확인되는데, 그러니까 독일에 있는 회사가 되겠네요. 인스타그램 계정 포스팅은 한국어로 올라오고, 위 사이트 대표자 성함도 한국 이름인 걸로 봐서 운영하시는 분도 한국 분인 것으로 확인됩니다. 벨기에와 네덜란드, 아일랜드까지 다양한 EU 국가에서 생산되는 맥주를 취급하지만 독일 맥주가 메인인 것도 아마 그래서겠지요. 

 

이래저래 우연 아닌 우연의 계기로 맥주 직구를 해 본 후기는... 재미있다, 신기하다, 빠르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게 정말 오기는 오는 건가? 반신반의 하면서 구매를 눌렀는데, 생각 외로 너무 빠르게, 그것도 마치 국내 배송 오는 것처럼 와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기분이 좋기도 했어요. 왜 반신반의였냐면 - 사이트 내용이 번역어투로 되어 있기도 하고요, 회원 가입이나 이런 것도 일체 없어서 군더더기가 없는 건 좋았지만 실제로 술을 온라인으로 살 수 있는 건가, 세금은 어떻게 되는 거지 등에 대한 안내사항이 전혀 없어서 한편으로 의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나마 인스타그램 계정과 딱! 한 건 있는 온라인 신문 기사(링크)가 없었더라면 영영 이용하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하네요. 

 

갑자기 그런 생각도 듭니다. 이런 식이면 다른 사이트에서도 맥주 직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한국에 수입되는 맥주들은 나름 정당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는 저로서는 맥주 직구를 자주 찾게 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정말 마시고 싶은 맥주가 있는데 수입되지 않는다! 아무리 봐도 규모의 경제가 어려울 것 같은 매니악한 맥주다! 라든지, 이 맥주만 여러 병 마시고 싶은데 바틀샵 물량이 동났다! 같은 경우가 만일 생긴다면 - 충분히 직구를 이용할 동기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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