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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이야기/맥주일상

#서포트로컬 펍크롤 캠페인 참여 후기 (2021. 6 ~ 2021. 8)

by 미키씨 2021. 8. 31.
한국 크래프트 맥주 노포 후원 프로젝트, #서포트로컬 전국 펍크롤 캠페인에 참여했던 후기를 남겨 봅니다.

 

가평 크래머리 브루어리에서 #서포트로컬 스티커스 펍크롤북과 함께.

 

0. 어쩌다 하게 되었나

 

#서포트로컬 캠페인을 처음 알게된 건 확실하게 페이스북 '비마클' 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때 보았던 포스팅은 '잔(글래스)', '병따개' 를 만드신다는 내용이었어요. <트랜스포터>에서 기사를 읽은 바로는 음미+하다님과 몇몇 맥주 마니아 분들의 협동 프로젝트로 시작되었다고 하더군요. 그 때 프로젝트 참여하시는 분들이 '비마클'에 "Support Local" 파인트잔 프린트가 가로가 좋은지, 세로가 좋은지를 물어보는 포스팅을 올렸던 걸 우연히 봤던 겁니다.

 

처음 들어보는 슬로건이었는데도 딱 듣자 마자 아, 한국 곳곳의 다양한 크래프트 맥주를 마시러 가보자 라는 캠페인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맥주", "지역", "오프라인 투어" 이 세 가지 요소가 합쳐진 캠페인인 셈인데, 저에게 관심을 끌만한 요소들이 다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취향 저격이었죠.

 

맥주는 원래도 많이 마시고, 또 좋아하는 편이었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처음에는 저도 카스, 하이트 일변도가 싫다는 데서 출발했습니다. 술은 대학교 와서 처음 마셔 봤는데요. 대략 1~2년간의 부어라 마셔라 시기를 지나니 술도 맛을 찾게 되더군요. 소주방 가서 그저 취하자고 술병 쌓는 선배보다는, 와바나 맥주창고 같은 데서 수입 맥주를 사주는 선배들이 멋있어 보이기도 했구요. 그런 곳에서 여러 가지 맥주를 마시다 보니 살짝 취향이 생기고, 그 취향과 비슷한 맥주를 더 찾아 마시다 보니 점점 더 새롭고 마셔보지 않은 희귀한 맥주를 찾게 되고... 아마 국내에서 크래프트 맥주 팬의 길로 들어선 분들 중에 안 그런 분들 찾기가 더 힘들지 싶습니다. 

 

그렇지만 좀 더 하드코어한 맥덕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는 영국 어학연수였습니다. 원체 유럽을 좋아해서(이 당시는 거의 사랑 수준), 영국으로 홀홀단신 어학연수를 갔다 왔는데요. 그 당시 나름 독한 마음을 먹고 한국 사람이라고는 여행 오는 지인들 외에 만나지 않을 정도로 영국 문화에 푹 젖어 지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PG팁스 홍차에 우유 타서 마시고, 점심은 테스코 밀키트로 때우고, 저녁은 펍에 앉아 파인트 한 잔 시켜 축구나 퀴즈쇼를 봤어요. 저녁때 했던 일은 사실 지금 생각하면 좀 위험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요. 누가 봐도 아시안인 젊은 여성이 백인 터줏대감들 아지트에 와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으니, 늘 주변인들의 호기심의 대상이 되곤 했습니다. 아마 혼자 있었으면 계속 런던 프라이드나 그린 킹 같은 똑같은 맥주만 마셨을 수도 있는데, 이런 관심 많은 분들 덕분에 어찌 보면 더 다양한 맥주를 마실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특히나 "지역" 과 관련되어서는 영국의 크래프트 맥주 문화에서 정말 깊게 깨달은 바가 있었는데요. 비단 펍 뿐만 아니라 체인 슈퍼마켓에 가면 시야가 보이는 한 라인 처음부터 끝까지 국산 맥주로 채워져 있는 코너를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영국도 맥주 종주국 중 하나이니 그랬겠지만, 한 나라 안에서 생산되는 맥주가 이렇게나 다양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컬쳐 쇼크를 받았었어요. 그 중에는 풀러스 같이 대형 양조그룹 산하에 있는 곳들에서 만드는 맥주들도 있었지만, 의외로 당시 살던 곳 근처의 조그만 마을들 이름을 단 맥주도 많았습니다. 게다가, 가자주류 같은 동네 주류 바틀샵에 가보면 살던 곳에서 자전거나 지하철로도 닿을 수 있는 마을에서 나는 온갖 지역 맥주를 만날 수 있었어요. 당시 한국에서는 독특한 맥주를 찾으려면 항상 외국, 그것도 한국과 거리가 먼 유럽이나 미국 맥주를 찾는 게 답이었는데 말이죠. 

 

이후 한국에 돌아왔을 때가 운 좋게도 이태원에 맥파이, 더부스 등이 생겨나던 크래프트 맥주 씬의 부흥기였습니다. 맥파이에서 커피 포터를 처음 맛본 날이 기억납니다. 영국에 대한 향수 아닌 향수를 느끼고자 모 탭하우스에 갔다가 터덜터덜 걸어 내려오는데, 웬 간판 없는 가게에 커다란 양조 사일로가 있지 않았겠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때가 커피 포터를 처음 출시했던 날이었다고 하더군요. 우연히 그렇게 마신 국산(!) 맥주는 너무나 새롭고 맛있었습니다. 외국에서 먼길 온 맥주가 아닌, 직접 싱싱하게 만든 고퀄리티 맥주를 생으로 맛볼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으로 느껴졌어요. 이대로 한국에도 더 많은 선택지가 생겨났으면 했습니다. 그런 술들을 만나기 위해 주류박람회를 다녔던 것도 대충 이 때쯤 부터였습니다.

 

그래도 솔직히 말하면 #서포트로컬 캠페인을 만나기 전까지 맥주 소비 비중으로는 수입 맥주가 약간 더 많긴 했습니다. 정확히는 어디에서 소비할지를 잘 몰랐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은데요. 가깝기로는 편의점이 있지만 그 외에 로컬(저의 경우 서울 마포)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고 생각했었어요. 자체 생산하는 브루펍으로 제대로 알고 있었던 곳은 맥파이, 세븐브로이, 핸드앤몰트, 미스터리(집근처 버프!) 정도가 있었고, 그 외에 지방 먼 곳에 버드나무, 갈매기, 고릴라 정도가 있다 - 이 정도 수준이었으니 알 만 하죠. 다행히 주류박람회에서 평창의 화이트 크로우 브루잉을 추가로 운 좋게 만나게 되었지만, 공덕역의 세븐브로이 펍이 폐업하고 핸드앤몰트와 맥파이가 이사를 가고 나서는 역설적으로 서울 내 양조장에 대해선 거의 모르는 수준이 되어 버렸습니다. '언젠가는 비어포스트에서 출간한 <대한민국 수제맥주 가이드북> 같은 서적을 구매해서 읽어봐야지...' 하고 생각은 했지만, 막연히 책을 사려고 표지의 라벨들을 쓱 훑어 보면 '이런 것들 다 비슷비슷한 아류의 양조 공장들이 아닌가', '리스트만 들어 있는 책을 사서 무엇하나, 어차피 다 가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싶기도 해서 구매를 주저하게 되더군요. 

 

그렇게 의지도 있고 흥미도 있지만 적극적인 로컬 소비는 망설이던 제가 #서포트로컬 이라는 캠페인에 움직였던 건, "펍크롤" 이라는 단어 때문이었습니다. 펍크롤 자체는 서울에서도 여러 번 있었던 이벤트죠. 과거 '골든마일서울' 같은 캠페인에 몇 번인가 참여해 보려고는 했었습니다. 사실은 최종 리워드인 고래 뱃지가 너무 예뻐서 갖고 싶었어요. 소심하게 혼자 크래프트퐁당에 갔었는데, 카운터에 패스포트를 달라고 해야 한다는 얘길 듣고 용기가 나질 않아서(ㅠㅠ) 술만 마시고 왔던 아픈 기억도 나구요.

 

아무튼, 저에겐 '전국 펍 리스트'로는 단순 나열에 불과했던 것이, #서포트로컬 이라는 슬로건과 '펍크롤'을 만나고 나니 상당한 동기부여로 다가왔습니다. 어떤 분께서도 빗대 이야기하셨지만 '도장깨기' 를 한다는 느낌으로 생각하니 정말 도전심이 솟고 흥미가 생기더군요. 마침 코로나가 심해져서 국외로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 되자, 국내 여행을 가긴 가야겠는데 어딜 갈지 모르겠었던 저에게, 차라리 '맥주 기행을 떠나보자' 는 아이디어는 새로운 표지판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렇게 펀딩 열리자마자 바로 신청을 하고, 저와 연인의 맥주 기행이 시작되었습니다.

 

1. 어디를 어떻게 언제 갔나

 

6월 4일부터 8월 30일까지, 총 22곳을(중복 없이) 방문했습니다. 방문한 펍에서 원형 스티커를 받아, 펍크롤북 뒷면의 포도송이를 마트 스티커 모으듯 채워 나갔죠. (7종류 색깔의 스티커를 모으고 인증샷을 하는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함)

 

리스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건 당연히 화이트크로우브루잉 이었습니다. 2019년 평창 브루펍에 처음 찾아간 이래로 계속해서 아지트처럼 꾸준히 들르던 곳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의외로 가장 처음 간 곳은 집에서 멀지 않은 서울브루어리 한남점(6월 4일)이었습니다. 두근대며 펍크롤 책을 보여 드리고 스티커를 처음 받았던 순간을 잊을 수 없네요. 코로나로 영업시간이 제한되어 오래 앉아 있을 순 없었지만, 한남오거리 뒷골목에 이렇게 멋진 공간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기쁜 날이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펍크롤 완전 초창기여서 여기저기 해프닝이 많았다고들 하시던데, 운 좋게 바로 펍크롤북을 알아보시고 스티커를 주신 덕분에 이후로도 용기 내어 펍크롤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 평창 화이트크로우브루잉을 거쳐, 위례신도시의 위례정과 용인의 노브133, 서촌의 보리마루탭하우스 등 한 주에 1~2곳을 꾸준히 방문하기 시작했는데요. 이 때쯤 큰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바로 펍크롤북에 섹션별 구분된 지역별로 스티커 색이 달랐던 것! 나중에 클럽하우스 채팅방에서 듣게 된 사실이지만, 일부러 이런 사항을 펀딩 내용에 안내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운 좋게 한 주에 서로 다른 지역의 펍을 갔기에 알게된 점이었습니다. 처음엔 서울과 용인, 조금 멀게는 강원도 정도까지만 다니면서 펍크롤을 진행할 생각이었는데요. 이 색깔 스티커가 가는 곳마다 랜덤이 아닌 '지역별' 지정 색이라는 걸 알게 된 이상, 또 한 번 도전정신이 발동하게 됩니다. 어디 보자... 지역이 서울 강남, 서울 중부, 서울 동북, 경기/인천, 부산/울산/경남, 강원/대구/경북, 이외+제주 이렇게 일곱 곳이니, 서울 사람의 활동 반경에서 적어도 세 지역은 좀 큰 결심이 필요하게 된 거죠. 

 

마침 7월 여름 휴가 시즌이 되었습니다. 연인과 약간 이른 휴가를 떠나기로 했고, 몇 가지 아이디어들이 있었지만 남쪽으로 떠나자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기에 자연스럽게 그럼 우리가 가보지 못한 세 지역의 펍크롤을 가보자! 는 목표가 생기게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국의 크래프트 브루어리/양조장들을 나름대로 리스트업 해보게 됐는데, 그 중에 꼭 이 곳은 휴가일 때 가보자! 하는 곳들을 짚고 나니 자연스럽게(?) 이동 경로가 생기더군요. 총 4박 5일의 기간으로, 금요일 저녁 서울에서 출발하여 대전, 전주, 통영, 거제, 부산, 경주, 평창을 돌았습니다. 둘 중 한 사람은 운전을 해야 했기에, 운전을 하지 않는 사람이 맥주를 주로 마셔보고 테이크아웃 할 맥주를 골라 사오는 식이었죠.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이 '맥주 휴가' 기간 동안 펍크롤을 통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맥주를 마셨습니다. 어쩌면 나름 '핫플 여행' 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위치해 있는 지형도 모두 다르고 추구하는 컨셉도 다른 맥줏집들이었지만 하나같이 우리 두 사람의 눈에는 딱 알맞은 정도의 편안함과 행복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동 시간이 결코 짧지 않았지만, 모두 누구에게나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곳들이었어요. 대전 더랜치펍, 전주 노매딕브루잉 비어가든, 통영 미륵미륵맥주호스텔 / 라인도이치, 거제 거제점방(거제맥주), 부산 와일드웨이브 / 툼브로이, 경주 화수브루어리... 색색깔 다른 스티커가 채워진 페이지는 그 자체로도 가는 펍마다 자랑스런 이야깃거리로 꺼내들 수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펍크롤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매니저분들은 한눈에 이 긴 여정을 알아보시더군요. 이런 저런 전국의 브루어리들을 돌아보고 있다고 말씀 드리면 주저하지 않고 서비스를 주는 분들도 계셨고, 업장의 추천 맥주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해주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연고도 하나 없는 낯선 곳에서 같은 것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이렇게 환대를 받을 수 있는 경험, 다시 생각해도 벅차고 따뜻한 마음이 들어요. 어쩌면 이렇게 휴가를 보냈던 것이 관광지를 돌아보는 단순 투어리즘 휴가보다도 더 잘 한 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 아, 물론 펍 투어를 위해 미리 백신을 맞고, 최대한 거리두기와 테이크아웃을 통해 가게를 이용했어요.

 

이후로도 서울 근교의 다양한 브루어리와 펍을 방문했습니다. 서울 바깥에서 인상적이었던 곳은 가평의 크래머리 브루어리입니다. 일단 펍크롤중이라 하니 너무도 반갑게 맞아주셨고, 운전 때문에 조금만 마셔도 펍에 오래 머물러야 하는 부분을 알아보시고 조그만 잔에 여러 탭을 담아주시는 섬세한 서비스까지 해 주셨어요. 서울 안에서는 헤이웨이브누바라는 새로운 보물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펍들에서는 구석에 앉아 연인과 함께 도란도란 맥주를 마시는 재미가 있었다면, 이 두 곳에서는 맥주를 사랑하는 다른 매니아들을 만나 오랜만에 즐겁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어요. 누군가를 일행으로 만날 수도 없고 만나서도 안 되는 이 시기, 비록 가깝게 앉을 수는 없지만 같은 공간에서 벗(?)들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반갑고 행복한 일이었는지 새삼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펍크롤 기간 동안 다녀온 곳을 모두 꼽아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서포트로컬 펍크롤북에 포함되지 않은 화수브루어리 등은 제외, 방문 순 중복 제외)

 

서울 경기 강원 전라/경상/부산
서울브루어리 한남 위례정 브로이하우스 더랜치펍 대전
보리마루탭하우스 노브133 화이트크로우브루잉 노매딕비어가든
칼리가리브루잉 사당 헤이스탁   라인도이치
서울브루어리 합정 매직트리브루어리   미륵미륵맥주호스텔
끽비어컴퍼니 크래머리브루어리   툼브로이
헤이웨이브 야몽야몽 비어펍   와일드웨이브
누바 카페 에리아    

 

 

2. 캠페인 참여를 마무리하며

 

개인적으로는 이번 경험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크래프트 맥주 도장깨기라는 거대한 스노우볼을 마음껏 굴렸던 시간이 아닌가... 합니다.

 

상기했듯, 처음에는 스티커 7개 정도 모아서 이벤트에 응모해보자 & 내 사랑 맥주! 로컬 펍들을 응원하자! 정도에서 소박하게(?) 참여하기 시작했던 캠페인이었는데요. 펍크롤이 끝날 때쯤에는 저나 연인이나 둘 다 헤비 맥덕으로 거듭나게 되는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ㅋㅋ 주변에 맥덕이 많지 않기도 하지만, 거기에다가 이 정도로 다녀본 분들을 찾기는 쉽지 않더군요.

 

한편으로는 그 동안 혼자(또는 둘이) 끌로 팠던 맥주 마시기의 외연이 확장되는 계기도 됐습니다. 캠페인에 참여한지 거진 2개월이나 지나고 나서야 프로젝트 주최자 분들이 매주 목요일 클럽하우스에서 모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분명 인스타그램에서 보았을 텐데도 보고서 왜 지나쳤는지 모르겠네요. 연인의 권유로 조인해본 클럽하우스에서 직접 캠페인 주최자분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또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여기서 만난 다른 분들의 권유로 또 새로운 곳도 가보게 되고, 여러 카톡방에 조인을 해보니 더 많은 맥덕분들이 이미 각지에서 활약을 펼치고 계시더군요. 그 동안 많이 마셨다 생각했지만 역시 우물 안 개구리였음을 알게 됐습니다.

 

캠페인 자체의 아쉬운 점들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클럽하우스에서도 몇 번 말했지만) 캠페인 자체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못한 펍들이 종종 있었던 겁니다. 서울의 모 펍을 갔을 때, 원래는 '웰컴드링크' 로 제공되는 혜택 부분을 거꾸로 '스티커 획득 조건' 으로 이해하셔서, 되려 그 맥주를 주문해야만 했던 상황도 있었습니다. 스티커가 어디 있는지 몰라 찬장 구석에서 한참 찾아보셔야 나오는 경우도 있었고, 스티커팩의 존재를 몰라 펍크롤 스티커만 받은 곳도 있었습니다. 아, 할인이나 드링크 혜택이 기입되어 있는데 그런 건 전혀 들은 바 없다며 이상한 사람 보듯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전달되는 과정에서 오너나 마케터 분들과 홀 매니저 분들 간의 오류가 좀 있었겠지 하고 크게 괘념치는 않았지만요. 할인이나 웰컴드링크 같은 부분은 기본적으로 +a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서포트로컬 의 경험에 역시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습니다.

 

그 외에 사전에 지역별로 색깔이 다른 부분에 대한 안내가 없었다든지(나중에 듣고 그 취지를 이해했습니다), 브루펍과 바틀샵, 탭하우스가 혼재되어 있어 정확한 정체성을 알기 어려웠던 것, 처음 가보는 펍에서 어떤 메뉴를 먹으면 좋은지 정보가 있으면 했던 것, 소셜미디어 계정이 있다면 해당 정보가 알기 쉽게 있었으면 했던 것(최근에는 가게가 일시 휴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대부분 인스타그램으로 공지), 우상단의 QR코드가 정확히 무슨 역할인지 알기 어려웠던 것 등... 소소하게, 다음 번 캠페인이 있다면 반영되었으면 하고 바래 보는 부분들입니다. 

 

그래도 짧은 시간에 놀랍게도 적은 인원으로 준비하신 것에 비하면 전반적으로 너무 훌륭하고 즐거운 프로젝트가 아니었나 합니다. 코로나 시국으로 계획하셨던 활동을 마음껏 펼치지 못해 아쉬워하시는 느낌이었고, 참여자인 저 또한 섣불리 이곳 저곳을 갔다가 전염병을 옮기는 사람으로 비춰지진 않을지 가끔 걱정되고 꺼려지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펍들은 그런 걱정이 필요 없을 정도로(ㅠㅠ) 한적하고 거리두기에 너무나 최적화된 환경이었지만요. 크래프트 펍을 가는 것이 단순히 취하기 위해,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가 아님을 아무리 이야기해도 쉽사리 양해를 받기엔 어차피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아직 포도송이 페이지가 2페이지나 남았습니다. 이 모든 곳을 가볼 순 없겠고, 또 모든 페이지를 채울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스노우볼은 쉽게 멈추지 않고 왠지 계속 구르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캠페인을 계기로 해서 앞으로도 계속 로컬 크래프트 맥주의 든든한 지지세력(?)으로 커 가고 싶네요. 코로나로 인해 힘들어하시는 펍들에 작은 손이나마 보탤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되지 않았나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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